현 시점이야 입추가 지나 나름 선선하지만, 7월과 8월 초는 그 어느 때 보다 뜨거웠습니다. 개인적으로 브루잉 커피는 따뜻하게 마셨을 때, 그 캐릭터에 더 접근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여름 만큼은 그것이 쉽지 않은 날입니다. 그러나 뜨거운 여름을 한 김 식혀준 8월의 빈브라더스는 시원한 한줄기의 희망이었습니다.
지난번 모모스에 이어 두 번째 월픽, 빈브라더스입니다. 역시 대단했습니다.
이번 구매 목록은 다음과 같습니다.
- 과테말라 산 안토니오 차키테 게이샤
- 브라질 산타 클라라
- 캡슐커피 트라이얼 팩
- 블랙슈트 블렌드
추가로 받은 언스페셜티 x 빈브라더스 콜라보 잔도 홈 카페에 너무나도 어울리는 한 샷입니다. 그 외에 소식지, 분쇄도 가이드 등과 함께 각 원두 설명이 쓰인 카드까지. 카드에 담긴 설명은 빈브라더스의 열정이 그대로 드러나는 듯 합니다.
과테말라 산 안토니오 차키테 게이샤입니다. 타임모어 그라인더를 사용했으며 가이드 대로 처음 원두를 갈았을 때, 생각보다 너무 가는 입자에 제대로 한게 맞나 싶을 정도로 의아하긴 했습니다. 그러나 가이드가 괜히 가이드가 아니죠. 믿는 자에게 복이 오듯 모든 것을 빈브라더스에서 연구하고 계신 분들의 최종 레시피대로 따랐을 때 최적의, 최상의 캐릭터와 깔끔한 맛, 긍정적인 느낌을 추출할 수 있었습니다.
차키테 게이샤. 처음 본 홀빈이나 분쇄원두나 커피베드 등, 모든 것에서 그 향이 대단했습니다. 게이샤의 산뜻하고 달달한 향들과 함께 과테말라의 산미와 고소하게 단 향들이 함께 어우러져 심취하게 만듭니다. 컵노트 중 고구마 향이 치고 올라오는 게 가장 인상적이었습니다. 향은 달고 맛은 화사하며 고소함이 입안을 맴도는 그런 커피입니다. 클린컵, 밸런스, 향미, 애프터 테이스트, 산미 모든 것이 완벽했습니다. (모든 월픽이 그렇지만요)
다음은 브라질 산타 클라라 입니다.
(사진 속 문구는 무시해주십쇼)
원두 전반은 달기 보다 고소한 뉘앙스였습니다. 부드럽고 달고... 컵노트의 바닐라와 밀크초콜릿이 충분히 느껴지는 순간들입니다. 고소하고 부드럽고 달며 후미는 진하게 남아 여운을 남깁니다.
한가지. 인스타에서 칼리타 웨이브 레시피까지는 있었으나 오리가미 레시피가 없어서 궁금증이 들었습니다. 일반적인 핸드드립 분쇄도에 오리가미 드리퍼로 1 : 9 ratio 레시피로 추출 시 많은 차이가 있을까.
차이는 극명했습니다. 밸런스, 부드러움, 향미, 산미, 클린컵, 심지어 약간의 컵노트까지. 모든 것에서 빈브라더스 레시피가 압승입니다. 그도 그럴 것이 가이드를 보면 분쇄도는 그라인더 별로, 드리퍼, 드립 주전자, 주유 속도, 온도 등 모든 것을 그 원두에 맞게 연구하고 선정했습니다. 역시 레시피는 그 원두를 구매한 해당 카페의 레시피를 사용하는 것이 맞는 것 같습니다. 그 원두를 제일 많이 연구한 곳에서 그 원두를 가장 잘 아는 것이겠지요. 아는 것이 역시 힘입니다.
캡슐역시 훌륭했습니다. 몰트는 고소하고 벨벳화이트는 화사하고 달며 디카페인은 편안합니다. 콜라보 잔에 딱 어우러지는 한잔들입니다.
사실 이번 월픽 이후 빈브라더스의 매력에 너무 빠져 바로 합정으로 달려가 빈브라더스를 찾지 않으면 안되었습니다.
케텍 한시간이 걸리는 거리를 오직 BB 하나만을 위해(...는 아니지만) 간다 해도 아까울 게 없는 곳입니다.
BB는 전함을 뜻하는 미 해군의 절차 용어이지만, 대한민국에서 BB는 오직 하나 Bean Brothers 뿐입니다.
환상적인 원두와 디테일한 가이드에 감사합니다. 덕분에 홈카페가 합정에 있는 듯 했습니다. 8월은 빈브라더스와 함께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