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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월픽] 프루티 봉봉과 케멕스

윤희종 (i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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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여름에는 기필코 부산 영도에 오픈한 모모스 매장을 방문해야겠다고 다짐하던 중, 6월 월픽으로 '모모스커피'가 선정된 걸 보고 바로 구매하지 않을 수 없었다. 지인이 모모스 영도점에서 '프루티봉봉'을 마셔봤는데 엄청 맛있었다고 간증을 해왔던터라, 부푼 기대와 호기심을 안고 브루잉 준비를 해본다. 

브루잉 레시피가 담긴 유튭 영상을 보니 준비물이 온도계, 저울, 코만단테, 케멕스....아뿔사, 집에 케멕스가 없다. 전주연 바리스타님이 케멕스에 정성스레 브루잉하는 모습을 보니, 케멕스가 프루티봉봉의 향미를 더욱 돋보이게 해줄 것 같은데, 월급쟁이이자 아내에게 용돈을 받아쓰는 용돈쟁이로써는 간단한 커피도구 하나를 들이는 것도 FTA를 방불케하는 치열한 협상을 해야하기에 일단 가장 비슷한 V60을 꺼내어본다.


코만단테로 손맛을 느끼며 이 그라인더를 들이게 해준 아내의 은혜에 감사를 표하고 있을 무렵, 향긋한 커피향이 은은하게 올라온다. 하루의 끝자락에 맡는 커피향은 고양이가 캣닢을 맡는 것 같이 고단한 삶에 활력과 지친 정신에 생기를 불어넣어준다. 하지만 나는 어엿한 대한민국의 성인이기에 이성의 끈을 놓지 않고 주전자에 물을 올리고 차분히 의식을 준비한다.


60g(40초), 120g(40초), 120g...

영상이 알려준대로, 간단한 산수를 거쳐 브루잉을 시작한다. 네모나고, 세모난 각진 나에게 동그라미를 그리는 이 시간이 하루 중 제일 원만한 시간이다. 원을 그리며 오늘 있었던 짜증나는 일들, 화나는 일들을 떠올리며 그것을 내려보내는 정신수양을 함께 병행한다. 생두도 일정 시간 열을 가해줘야 훌륭한 원두로 탄생을 하듯, 나를 시커멓게 타들어가게 한 오늘의 일은 미래의 내가 훌륭한 원두로 만들어지게 하는 과정임을 생각해본다. (이것이 바로 물아일체..의 경지인 것일까)


미분이나, 다른 요인으로 추출이 느려지지 않는 것보니, 제법 계획대로 잘 흘러가는 것 같다. 그래, 어떤 것 하나 내 마음대로 되지 않는데, 이런 커피 추출 정도는 내 생각대로 되어야 하지 않을까. 작지만 내 뜻대로 되는 것이 하나 있어 다시 한 번 감사하는 마음을 가져본다. 어떤 책인지는 모르겠지만, 감사하는 사람이 위대하다고 한 걸 얼핏 보았던 것 같다. 

2분 동안 추출된 커피를 한번 마셔본다. 튀지않는 산미와 후미에 올라오는 단맛이 제법 인상적이다. 유튭 영상을 보니 '모모스 커피의 존재증명'이라는 타이틀이 적혀있던데 과연 그러하다. 산미를 좋아하지 않는 우리 팀장님도 좋아할 맛. (그렇지만 굳이 팀장님께 내려드리고 싶진 않다. 아직까진 그런 깜냥이 못된다)


문득, 케멕스로 내린 프루티봉봉은 어떤 맛일까 너무 궁금해진다. 사회에서나 집에서나 경제적인 약자의 위치에 있는 나는 아내님께 프루티봉봉을 내어드리기에 앞서 프루티봉봉과 잘 어울릴 과일도 정성스레 플레이팅 해본다. 나의 트로이 목마. 한모금 마신 아내도 굉장히 만족스러워한다. 봉봉이라는 이름답게 단맛이 좋다며...슬쩍 케멕스 얘기도 꺼내어봤지만, 아무래도 얼마 전에 지른 오레아v3 드리퍼로 본전도 못 찾을 기세다.

케멕스를 못 사면 또 어떤가! 여느 평일과 다를바 없는 평범한 저녁에 모모스 커피에 적혀있는 '한잔의 커피를 통해 커피를 즐기는 사람, 만드는 사람, 생산하는 모두의 삶이 함께 행복해질 수 있길 희망한다'는 말처럼 행복하게 커피를 함께 즐길 수 있는 사람이 있다는 것만으로 만족해야지. (그렇지만 인간은 늘 그러했듯 답을 찾아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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